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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돌아왔습니다 방명록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한국입니다.
당분간 출국 예정 없습니다.
전화번호는 종전과 같습니다.


패션파이브. 2009년 마지막날. v를 기다리며.


 (잦은 전화기 분실로 전화번호를 전에 제게 알려주셨더라도 제가 모릅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비공개덧글로 달아주시면 큰 도움 되겠습니다. 메신저 사용하시는 메일 주소도 좋습니다.)

역마살

바보인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트렁크 안에 열쇠가 있고 트렁크가 큰오빠 차에 있어서  ak프라자에 발이 묶여버렸다.

비행기를 놓치질 않나... 멍청하기 짝이 없다. 이 정도일 수가 있을까?

비행기표 취소건으로 도심 공항터미널에 들렀다. 공교롭게도 자주 들리지도 않는 코엑스에 가게 된 셈.
놀랍도록 난바워크와 비슷한 느낌. 차이가 있다면 여자들의 머리색이 더 어둡다? 표정이 좀더 생기롭다?

그래봤자 에비센이냐 새우깡이냐 정도의 차이.

물론 한국은 비가 오면 도로가 진흙탕이 되어버리지만
뭔가 미묘하게 마감이 덜 되었다는 느낌이지만..

오렌지와 자몽만큼 다른 건 아냐. 포키냐 빼빼로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나저나 ak프라자 아주 훌륭하군. 휴대폰 배터리도 충전해주고 공짜로 피시도 쓰고...
돼지코가 없어서 3주 동안 충전할 수 없었던 휴대폰... 조국에서는 너무나 손쉽게 충전할 수 있군요.

영종도에서 동태탕을 먹었다. 너무 짜고 쓰고 조미료 맛이 강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좋은 음식들을 먹어왔는지 깨달았다.
순하고 착한 음식들.

그리워하겠지. 오로지 이렇게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에만 사무치는 것이다.

역마살

지난 달 15일에 일본에 다녀왔으니, 꼭 한 달만에 다시 찾는 일본. 그 한 달 동안 평생 했던 거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일본에 대해 생각했다.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자료도 모으고 언어도 배웠다. 

나란 사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같다. 오사카 대학생 이벤트만 아니었어도 일본 가려고도 안했을텐데. 만일 러시아항공의 마드리드 저가티켓을 샀으면 지금쯤 스페인 어드메에서 바텐더를 하고 있을까?

한편으론 자유롭다는 이야기이니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오늘 이것저것 사갈 선물들을 사들이면서 여러 번 그런 말을 들었다. 아 일본 가시는군요. 부러워요. 학생이시죠. 

더 이상 학생도 뭣도 아닙니다만.

지난 번에는 백팩 하나 달랑 들고 갔다가 이민 가방 두 개와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이민가방에 거대한 김치상자라는 조합이다. 돌아올 때는 또 무엇을 지니고 오게 될까. 

환전과 관련해 국민은행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다. 경북 왜관에서 내 돈이 출금되었는데 환전 번호를 잘못 입력한 창구 직원의 실수였다. 그러나 저러나 자기 돈도 아니면서 액수가 크다고 횡재라며 받아간 그 고객은 또 뭐야. 도둑년놈 천지다.  

즐거운 외국어 역마살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기실 내세울 거리는 못된다. 기껏해야 흉내에 능한 셈이니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자랑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국어로 인해 행복해질 때가 있는데, 오늘 만난 장영희 선생님의 글이 그러하다. 
그녀의 번역으로 영시를 읽고 있으면 에밀리 디킨슨, 로버트 브라우닝 등이 새롭게 다가오고, 외국어라는 것이 있어, 그리고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이가 있어 내가 이런 복을 누리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하루키는 미국 체류 시 '슬픈 외국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썼지만 나는 차라리 즐거운 외국어라고 말하고 싶다. 곧 일본에 가게 되면 온 종일 외국어에 둘러싸인 생활을 하게 된다. 내 안의 언어와 밖의 언어가 온종일 부딪치게 된다. 슬프다면 슬픈 일이지만 때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다. 어제 일어로 유키노하나를 부르며 내 마음은 그 아름다운 충돌로 잔잔히 물들었다.  

Le Petit Cru 요리

서현의 이탈리안, 르 쁘띠 끄루(LE PETIT CRU)

맛집 기행기같은 것은 잘 쓰지 않게 된다. 일단은 음식에 대고 사진기를 들이대는 취미가 없는 탓이다. 또 맛이 없으면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될 일이요, 한두 번 맛있었다고 수선을 떨어서도 곤란한 일이다. 이래저래 식당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은 적은 셈이다.

채다인님을 통해 알게 된(트랙백된 링크를 참조) 서현역사 안에 위치한 AK프라자 7층 푸드코트에 위치한 Le Petit Cru도 그렇게 지나가는 가게가 될 뻔 했지만, 혼자 오후에 우연히 찾게 된 게 계기가 되어, 아는 동생과 한 번, 남자와 한 번, 친구와 한 번, 다시 오늘 혼자 또 방문, 두 달 남짓 동안 다섯 번을 내점하게 되자, 이쯤 되면 한 번은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인의 다양함에 알 수 있듯이 캐주얼한 가게다. 그리고 여러 번 간데서 알 수 있듯이 몇 가지 미덕을 갖춘 곳이다. 일단 좋은 이야기부터 써보자.

1. 품위가 있다.
캐주얼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꽤 클래식한 분위기를 흉내내는 레스토랑조차 오늘의 세트를 시키면 늘 똑같은 슾, 똑같은 샐러드의 재탕이기 일쑤다. 언제나 흠없는 맛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주방을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제철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선도의 잇점을 무시하는 셈이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어제의 슾이 내일의 슾이고 오늘의 슾이 모레의 슾이다. 
그러나 Le Petit Cru는 다섯 번 동안 네 종류의 슾을 먹었다. 아스파라거스 슾을 시작으로, 양송이버섯슾, 주까슾, 팥슾을 먹었는데 팥을 싫어하는 터라 네번째에만 곤욕이었고(m이 대신 먹었다) 늘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좋아하는 주까슾이 나와 즐거웠다. 
샐러드도 매일 바뀐다. 처음에는 포르치니버섯이 주된 샐러드였고 다음 번엔 상치 샐러드, 그 다음에는 딸기 등 과일을 응용한 샐러드였다. 똑같은 발사믹 비네거 소스 일색의 샐러드에 질렸다면 Le Petit Cru에서 오늘의 샐러드가 무엇일지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아주 평범한 발사믹 소스에 견과류가 곁들여진 샐러드였지만 야채의 선도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테이블 세팅도 마음에 든다. 분위기 좀 내보겠다고 천을 드리우고 유리를 까는 레스토랑들이 많은데, 정말 짜증난다. 일단 음식물이 유리에 묻으면 지저분한데다 그릇이 닿을 때마다 나는 찌익찌익하는 소리가 뭐라 말할 수 없이 거슬린다. 포크나 나이프에서 발생하는 마찰음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매번 천을 갈 성의가 없다면 차라리 정직하게 나무 테이블로 가는 편이 낫다. 유리 테이블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행주로 닦는데, 그 세제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사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Le Petit Cru는 나무 탁자에 종이 트레이를 깔았는데 차라리 이 편이 더 정직하고 품위있다. 

2. 가격 대비 훌륭하다. 
애피타이저, 식전 빵 두 종류, 슾, 샐러드, 메인 (파스타, 피자, 고기 요리 중 택일), 후식 차 포함 22000(파스타, 피자)원 내지 25000원이다. 이것이 런치 가격이 아니라 종일 제공되는 세트 가격이다. 우습지도 않은 부가세, 서비스료도 청구하지 않는다. AK프라자 멤버십으로 10퍼센트 적립도 된다. 상당히 양심적인 가격이다. 나는 세 종류 메인을 모두 먹어 보았는데 피자는 양이 넉넉하여 양이 적은 아가씨들이라면 둘이서 세트 하나로도 넉넉한 양이며, 고기나 야채의 선도도 보통 이상은 된다. 
푸드코트라는 입지의 특성으로 인해 이런 거품 없는 가격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주류도 기본적인 와인 리스트는 구비되어 있는데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이 3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3. 그 외  
홀의 직원이 넉넉하여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 집의 미덕이다. 소믈리에는 없지만 매니저(로 추정되는 검은 옷 입은 남자분)님께서 업무를 대행하신다. 이지리스닝 계열의 무난한 배경음악, 화려하지는 않지만 입맛을 잡칠 정도로 격이 떨어지지도 않는 인테리어, 주방의 경쾌함을 전달하는 오픈키친, 비좁지도 북적대지도 않는 적당한 넓이 등도 장점이다. 
피클은 자칫 기름 범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자 개인 접시로 제공되며 신 맛과 아삭이는 정도가 적당하고, 수제품으로 추정된다. 할라피뇨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작은 크기이지만 몹시 맵고 달콤하다. 시제품인 듯한데 어디 제품인지 궁금하다.

대체로 패밀리레스토랑의 합리성을 지니되 일반 레스토랑의 품격을 잃지 않은 균형잡힌 가게라고 여겨진다. 입점한지 3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홀 직원들의 서비스의 완성도, 가게 전체의 짜임새로 봤을 때 이 정도로 자리 잡기까지 여러 분들의 노력이 깃들여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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