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디자인이 서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그노무 디자인이 줄창 서울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날씨였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담장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갤러리 옆쪽을 따라 좌판이 늘어서 있다. 색색의 기기묘묘한 물건들과 장신구, 프린트가 화려한 선드레스, 각종 주전부리, 마실 거리, 애들 담요까지... 별 게 다 있었다. 눈요기만으로도 즐거웠다. 스피커에서는 레게음악이 주구장창 흘러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누가 장사치고 누가 손님인지 모르게 태평했다. 고사상이 차려지고 풍악을 울린다. 떡을 돌린다. 막걸리를 나눈다. 판이 벌어질 때마다 아이는 신이 난다. 어디서 배웠는지 들썩 들썩 엉덩이춤을 춰대더니 박수를 손이 떨어져라 쳐대고, 만세 삼창에 뒷짐 지고 무대를 배회한다. 무대라면 영판 질색인 나는 멀찍이서 입 벌리고 쳐다만 보았다.


지친 아이를 데리고 전철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중간 중간 유리로 된 것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나를 비춰보았다. 처음만큼 어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그 묘한 모양새가 끌렸다. 얼굴을 거지반 가리고 있던 머리가 사라지니 밋밋하나마 이목구비가 돋보인다. 양쪽이 다른 모양이라 역동적이고 입체감 있다. 볼수록 재밌는 머리 모양이다. 아이도 신기한지 자꾸만 만져본다.
오늘 내가 잘라내고 온 것, 바람에 날려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가리고 있던 것, 덥수룩이 뒤덮고 있던 것. 나도 모르게 내게 엉켜 있었던 것은.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는 아니었을는지. 다 쳐내고 나자 거기엔 장세나만 있었다. 재밌다는 듯이 눈을 또록또록 굴리며 신기한 듯 제 자신을 쳐다보는 한 여자만이 있었다.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이게 나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었다.
디자인이란 신기하다. 언뜻 쓸 데 없는 일인 것만 같다. 먹어서 배부른 것 아니요, 보여서 잡히는 것도 아니다. 도무지 소용이 닿지 않는 허세요, 낭비인 것만 같다. 하지만 어떤 디자인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달라진다. 훌륭한 건축은 거기 있으므로 그 안에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빼어난 손길은 거기 닿으므로 삶의 모양을 바꾸어놓는다. 그깟 머리카락, 푸른 지폐 몇 장이면 자르는 것을 놓고 너무 거창한 말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나는 겨우 그 머리털 한 줌으로 인해 디자인에 대해 새로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디자인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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